definition | 인업은 가족 가운데 복이 있는 사람에게 붙어 다니면서 그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업신. 인업은 모양이 그 사람과 같다고 한다. [동물](/topic/동물)업과 마찬[가지](/topic/가지)로 재복신(財福神)으로서 집안의 재복과 가택을 수호하는 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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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orname | 김명자 |
정의 | 인업은 가족 가운데 복이 있는 사람에게 붙어 다니면서 그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업신. 인업은 모양이 그 사람과 같다고 한다. [동물](/topic/동물)업과 마찬[가지](/topic/가지)로 재복신(財福神)으로서 집안의 재복과 가택을 수호하는 신이다. | 정의 | 인업은 가족 가운데 복이 있는 사람에게 붙어 다니면서 그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업신. 인업은 모양이 그 사람과 같다고 한다. [동물](/topic/동물)업과 마찬[가지](/topic/가지)로 재복신(財福神)으로서 집안의 재복과 가택을 수호하는 신이다. | 내용 | 업신은 광이나 [곳간](/topic/곳간)과 같은 은밀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재복을 준다는 [가신](/topic/가신)이다. 업․업왕신․업왕․업위신(-位神)이라고도 하지만 민간에서는 업이라는 말과 함께 지킴이․지킴․집지킴이․집지킴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업은 그 신체를 대체로 짚이나 소나무로 주저리 형태를 갖추면서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 등 [동물](/topic/동물)을 업의 대상으로 들고 있어 다른 가신과 양상이 다르다. 특히 구렁이업이 가장 보편적인데 그밖에 돼지업, 쥐업도 있다고 한다. 용단지를 집중적으로 섬기고 있는 경북 안동지역에서는 용단지의 용을 업으로 여긴다. 특히 용을 구렁이와 동일시하면서 용왕업이라고 한다. 인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구렁이나 족제비처럼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업의 대상이 보이거나 그 집에서 나가면 패가(敗家)한다고 하며, 이와 관련된 실화(實話)나 설화가 많이 전해온다. 더욱이 구렁이업 관련 이야기는 상당히 전해진다. 가령 업으로 있던 구렁이가 집에서 나간 뒤 집안이 망했다는 이야기이다. 인업의 경우도 마찬[가지](/topic/가지)이다. 인업이 나가면 역시 집안의 가세가 기울면서 망해간다고 한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다니면서 복을 준다는 업신의 일종이다. 인업의 형상은 인업이 붙어 있는 사람과 같기 때문에 인업과 인업을 달고 있는 사람은 별개의 존재임에도 인업을 달고 있는 사람이 곧 인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람이 대상인 인업이나 동물이 대상인 동물업은 가정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서 사실상 지역적 특성을 말하기가 곤란하다. 다음 이야기는 창녕(昌寧) 성씨가(成氏家)의 며느리가 겪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구렁이업과 인업이 모두 등장한다. 며느리가 갓 시집왔을 때 시댁에는 어느 정도 살림이 있었으나 망해가고 있었다. 망하게 된 연유를 시댁 가족에게서 들었다. 며느리가 시집왔을 때에는 시아버지가 이미 작고하신 뒤였다. 그런데 생존했을 당시 시아버지가 병환이 나서 소생이 불가능하게 되자 집안에 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발을 딛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지붕](/topic/지붕) 위에 인업이 나타났는데 그 형상이 시아버지와 같았다. 인업이 나타난 이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뱀도 없어졌다. 시아버지 작고 후 살림이 줄기 시작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집안의 중요한 물건은 거의 팔고 돈궤만 남았다. 그 돈궤마저 비게 되니 우는 소리가 났다. 돈궤 우는 소리에 식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며느리도 갓 시집와서 돈궤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돈궤는 인근의 정씨가(鄭氏家)에 팔았다. 인업의 형상이 시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는 것은 바로 시아버지가 인업을 달고 있었으며, 시아버지가 인업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있다는 업신으로, 그 형상이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하지만 실상은 추상적이다. 흔히 인업이 붙어 있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 지체가 높은 사람, 옥동자 등 선별된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그 사람을 곧 업이라고도 한다. 결국 인업이 붙어 있어서 복이 많아지고 지체가 높아지며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인업의 위력을 말해준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인업을 달고 있던 시아버지가 병환이 들자 인업이 지붕 위에 나타났다. 이는 곧 인업이 시아버지 곁, 나아가 그 댁을 떠난다는 예고였다. 그 무렵에 뱀도 나타났으나 시아버지 작고 후 뱀도 없어졌다. 인업이 나타난 후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가세도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돈궤가 울었다는 것은 재복을 주는 업신, 즉 인업과 구렁이업이 나갔음을 뜻한다. 인업의 자리는 돈이나 곡식과 관련된 곳, 즉 [뒤주](/topic/뒤주)․돈꾸러미․[천장](/topic/천장)․곳간 등이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인업의 자리는 돈궤, 즉 돈꾸러미이다. 여기에서 업이 나갔으니 재산이 나가고, 이로 말미암아 빈 돈궤가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업은 간혹 현몽을 한다. 꿈에 인업이 나타나 “나는 이제 집이 없어서 못 지킨다. 주인이 없어서 못 지킨다.”며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 뒤 그 집은 천석꾼 살림이 모두 나가 망했다는 얘기도 있다. 인업은 그 대상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일상인과는 구별되는 비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인업은 실제 어떤 인물에게 붙어서 그 사람을 선별된 비범한 존재로 만든다. 요즘에도 기아(棄兒)가 있지만 예전에는 비록 기아라 하더라도 업둥이로 대접받는 아이가 있었다. 업둥이는 얻은 아이를 일컫는다. 즉 자기 집 문 앞에 버린 아이를 귀하게 여겨서 이르는 말이다. 이는 재복을 주는 업처럼 들어온 아이라는 뜻으로, 역시 업신에서의 ‘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았지만 생활이 어려운 등 기를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 아이가 없는 집을 골라 [대문](/topic/대문) 앞에 버리기 때문에 아이를 얻은 집안에서는 업처럼 귀중한 존재로 여겨 업둥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그 얻은 아이에게 애초부터 ‘업’이라는 복된 말을 붙여주는 것이다. 업둥이를 맞은 가정에서는 졸지에 업, 즉 재복을 얻은 셈이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업둥이가 아니더라도 가족 가운데 업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자녀들 가운데에서도 유달리 업의 대우를 받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그 자녀가 태어난 후 재산이 불어나는 등 집안일이 잘되었다고 생각하여 업둥이니 업이니 하는 별칭이 붙는다. 여자가 시집올 때 인업을 가지고 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며느리에게 인업이 붙어서 오는 것으로, 그녀 자신이 업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철저하게 규범화하면서도 삼불거(三不去)라는 예외 규칙이 있었다. 첫째 아내가 의지할 데가 없는 경우, 둘째 부모의 [삼년상](/topic/삼년상)을 치렀을 경우, 셋째 장가들기 전에는 가난하다가 장가든 후 부귀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이 가운데 셋째 조건은 인업과 관련시킬 수 있다. 즉 며느리에게 인업이 붙어서 따라왔으므로 재복을 주어 그 시댁을 부유하게 했다는 것이다. 인업이 복을 준다고는 하지만 반면에 대접도 잘해야 한다. 이는 인업뿐만 아니라 민속신앙의 신 전반에 해당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의 『[조선의 귀신](/topic/조선의귀신)』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사(蛇)업 또는 인업이라고도 하며 매달 15일에 진수성찬을 창고나 [헛간](/topic/헛간)에 차려 재신을 대접한다. 이것은 뱀이 먹는 것이며, 먹고 남은 것은 주인이 먹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자는 망해 가난한 자로 되고 만다.” 인업과 사업을 동일시하고 있는데 인업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추상적인 존재여서 그렇게 인식할 수도 있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구렁이업과 인업은 함께 존재했다. 이와 상관 없이 업은 항시 대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 그리고 업이 먹고 남긴 음식은 주인이 먹음으로써 복록을 얻는다. 친정이 황해도인 한 사람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인업을 받들었으며, 인업을 받든 자리가 광이었다고 한다. 친정 어머니가 밥을 지어 올리면 어느 틈에 인업이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업신을 대접하는 의례는 정기적으로 지내거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지내기도 한다. 정기의례는 설, 추석, 동지 등 주로 큰 명절에 다른 가신과 함께 의례를 행한다. 혹시라도 업이 눈에 띄었을 때에는 단독으로 행하기도 한다. 업신이 눈에 띄는 것을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업을 비롯한 동물업은 예사롭게 형상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대단히 비의적(祕儀的)이다. 설령 나타났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인업의 경우는 더욱더 비의적이다. 업을 섬기는 사람이거나 그 밖의 가족이라 하더라도 각별한 사람에게 보인다. 그것도 각별한 일을 예견할 때 나타난다. 각별한 사람은 가족 가운데서도 신기(神氣)가 있다든가 유달리 영감(靈感)이 강한 사람 따위를 일컫는다. 어느 특정인에게 강신(降神)이 되어 무당으로 입무(入巫)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를 보편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당이 되는 [신병](/topic/신병)(神病)도 실상 불가사이한 일이지만 신기나 영감도 불가사이한 요소가 있다. 구렁이업, 족제비업, 두꺼비업의 경우 형체가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용왕업은 구렁이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어서 현몽을 한다. 인업은 제한된 사람에게만 보이는 일종의 환시(幻視)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용처럼 추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현몽하기도 한다. 물론 실존하는 동물업도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별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구렁이․족제비 같은 동물업의 경우 그 대상 이외에 업주저리라는 신체(神體)를 상정(想定)하여 모신다. 용왕업은 용단지로 모시기도 한다. 이처럼 대상이 존재하면서 각별히 신체를 상정하는 것은 업신의 경우만이 아니다. 성주가 그 집의 [대주](/topic/대주)(大主), 삼신이 여자 조상(祖上)을 각각 상징하기도 한다. 업의 경우 동물이 대상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있다고 했으니 살아있는 존재일 수 있겠지만 이는 상당히 추상적인 존재이다. 업이 그 집에서 나가거나 모습을 보이면 대체로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특히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기려면 업이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업이 집안의 좋지 않은 일을 예견하는 것이다. 업신은 재복신, 가택수호신으로의 기능과 더불어 미래를 예시해 주는 기능도 한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 인업과 구렁이의 등장은 시아버지의 죽음을 예고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 애장왕(哀莊王)조에는 두꺼비들이 뱀을 잡아먹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더니 왕이 시해당하는 변괴가 있었으며, 백제 본기 의자왕(義慈王)조에서는 재위 20년에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무 위에 모여드는 변괴로 나라가 망할 것을 예견했다. 인업 역시 이처럼 예견의 기능을 한다. 인업의 신체는 흔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지역 사례 역시 확연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인업의 신체를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추정할 수는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가정에서는 업의 신체로 백항아리를 [안방](/topic/안방)의 한쪽 구석에 모시고 있다. [한지](/topic/한지)로 싸인 항아리 안에는 돈을 넣어둔다. 또 돈이 들어오면 업항아리에다 넣어둔다. [고사](/topic/고사)를 지낼 때에는 업항아리에서 돈을 꺼내 돼지머리를 사는 등 제물을 장만하기도 했다. 예전에 시할머니가 계실 때에는 ‘옛날 돈’도 넣어 두었지만 1970년대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옛날 잔전(잔돈, 옛날 동전)은 상여에 실어 보냈다. 그 가정에서는 동물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백항아리의 성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백항아리 신체가 인업의 신체가 아니었는지 추정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할머니가 업을 달고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비록 할머니는 작고했지만 이왕에 모시던 신체는 그대로 모셔둔 것이다. 인천광역시 강화지역에서도 인업의 신체로 항아리를 모신다. 특히 이곳에는 인업애기라는 업신이 있다. 이는 몸 밖에 있는 복을 모시는 것으로, 분홍색 [도포](/topic/도포)를 작게 만들어 항아리에 벼와 함께 넣어 모신다. 또 인업주라 하여 안방의 칠성, 지석(제석)과 나란히 모신다. 인업주의 신체는 [한복](/topic/한복)의 [치마](/topic/치마) 안감을 직사각 모양으로 꾸렸다. 현재 강화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신체이지만 이는 사실상 무속적인 요소가 강하다. 원래 무속이 강한 강화도에서는 굿을 한 후 무속인이 가신의 신체를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참고문헌 | 한국의 신화․민속․[민담](/topic/민담) (김열규, 정음사, 1983) [조선의 귀신](/topic/조선의귀신) (村山智順, 노성환 역, 민음사, 1990) 업신의 성격과 다른 가택신과의 친연성 (김명자, 한국민속학보 7, 한국민속학회, 1996) 경기도 민속지 Ⅱ (경기도박물관, 1999) 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강화의 가정신앙-1․2 (강화문화원 가정신앙조사단, 민속원, 2010) | 내용 | 업신은 광이나 [곳간](/topic/곳간)과 같은 은밀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재복을 준다는 [가신](/topic/가신)이다. 업․업왕신․업왕․업위신(-位神)이라고도 하지만 민간에서는 업이라는 말과 함께 지킴이․지킴․집지킴이․집지킴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업은 그 신체를 대체로 짚이나 소나무로 주저리 형태를 갖추면서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 등 [동물](/topic/동물)을 업의 대상으로 들고 있어 다른 가신과 양상이 다르다. 특히 구렁이업이 가장 보편적인데 그밖에 돼지업, 쥐업도 있다고 한다. 용단지를 집중적으로 섬기고 있는 경북 안동지역에서는 용단지의 용을 업으로 여긴다. 특히 용을 구렁이와 동일시하면서 용왕업이라고 한다. 인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구렁이나 족제비처럼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업의 대상이 보이거나 그 집에서 나가면 패가(敗家)한다고 하며, 이와 관련된 실화(實話)나 설화가 많이 전해온다. 더욱이 구렁이업 관련 이야기는 상당히 전해진다. 가령 업으로 있던 구렁이가 집에서 나간 뒤 집안이 망했다는 이야기이다. 인업의 경우도 마찬[가지](/topic/가지)이다. 인업이 나가면 역시 집안의 가세가 기울면서 망해간다고 한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다니면서 복을 준다는 업신의 일종이다. 인업의 형상은 인업이 붙어 있는 사람과 같기 때문에 인업과 인업을 달고 있는 사람은 별개의 존재임에도 인업을 달고 있는 사람이 곧 인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람이 대상인 인업이나 동물이 대상인 동물업은 가정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서 사실상 지역적 특성을 말하기가 곤란하다. 다음 이야기는 창녕(昌寧) 성씨가(成氏家)의 며느리가 겪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구렁이업과 인업이 모두 등장한다. 며느리가 갓 시집왔을 때 시댁에는 어느 정도 살림이 있었으나 망해가고 있었다. 망하게 된 연유를 시댁 가족에게서 들었다. 며느리가 시집왔을 때에는 시아버지가 이미 작고하신 뒤였다. 그런데 생존했을 당시 시아버지가 병환이 나서 소생이 불가능하게 되자 집안에 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발을 딛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지붕](/topic/지붕) 위에 인업이 나타났는데 그 형상이 시아버지와 같았다. 인업이 나타난 이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뱀도 없어졌다. 시아버지 작고 후 살림이 줄기 시작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집안의 중요한 물건은 거의 팔고 돈궤만 남았다. 그 돈궤마저 비게 되니 우는 소리가 났다. 돈궤 우는 소리에 식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며느리도 갓 시집와서 돈궤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돈궤는 인근의 정씨가(鄭氏家)에 팔았다. 인업의 형상이 시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는 것은 바로 시아버지가 인업을 달고 있었으며, 시아버지가 인업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있다는 업신으로, 그 형상이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하지만 실상은 추상적이다. 흔히 인업이 붙어 있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 지체가 높은 사람, 옥동자 등 선별된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그 사람을 곧 업이라고도 한다. 결국 인업이 붙어 있어서 복이 많아지고 지체가 높아지며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인업의 위력을 말해준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인업을 달고 있던 시아버지가 병환이 들자 인업이 지붕 위에 나타났다. 이는 곧 인업이 시아버지 곁, 나아가 그 댁을 떠난다는 예고였다. 그 무렵에 뱀도 나타났으나 시아버지 작고 후 뱀도 없어졌다. 인업이 나타난 후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가세도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돈궤가 울었다는 것은 재복을 주는 업신, 즉 인업과 구렁이업이 나갔음을 뜻한다. 인업의 자리는 돈이나 곡식과 관련된 곳, 즉 [뒤주](/topic/뒤주)․돈꾸러미․[천장](/topic/천장)․곳간 등이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인업의 자리는 돈궤, 즉 돈꾸러미이다. 여기에서 업이 나갔으니 재산이 나가고, 이로 말미암아 빈 돈궤가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업은 간혹 현몽을 한다. 꿈에 인업이 나타나 “나는 이제 집이 없어서 못 지킨다. 주인이 없어서 못 지킨다.”며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 뒤 그 집은 천석꾼 살림이 모두 나가 망했다는 얘기도 있다. 인업은 그 대상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일상인과는 구별되는 비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인업은 실제 어떤 인물에게 붙어서 그 사람을 선별된 비범한 존재로 만든다. 요즘에도 기아(棄兒)가 있지만 예전에는 비록 기아라 하더라도 업둥이로 대접받는 아이가 있었다. 업둥이는 얻은 아이를 일컫는다. 즉 자기 집 문 앞에 버린 아이를 귀하게 여겨서 이르는 말이다. 이는 재복을 주는 업처럼 들어온 아이라는 뜻으로, 역시 업신에서의 ‘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았지만 생활이 어려운 등 기를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 아이가 없는 집을 골라 [대문](/topic/대문) 앞에 버리기 때문에 아이를 얻은 집안에서는 업처럼 귀중한 존재로 여겨 업둥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그 얻은 아이에게 애초부터 ‘업’이라는 복된 말을 붙여주는 것이다. 업둥이를 맞은 가정에서는 졸지에 업, 즉 재복을 얻은 셈이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업둥이가 아니더라도 가족 가운데 업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자녀들 가운데에서도 유달리 업의 대우를 받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그 자녀가 태어난 후 재산이 불어나는 등 집안일이 잘되었다고 생각하여 업둥이니 업이니 하는 별칭이 붙는다. 여자가 시집올 때 인업을 가지고 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며느리에게 인업이 붙어서 오는 것으로, 그녀 자신이 업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철저하게 규범화하면서도 삼불거(三不去)라는 예외 규칙이 있었다. 첫째 아내가 의지할 데가 없는 경우, 둘째 부모의 [삼년상](/topic/삼년상)을 치렀을 경우, 셋째 장가들기 전에는 가난하다가 장가든 후 부귀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이 가운데 셋째 조건은 인업과 관련시킬 수 있다. 즉 며느리에게 인업이 붙어서 따라왔으므로 재복을 주어 그 시댁을 부유하게 했다는 것이다. 인업이 복을 준다고는 하지만 반면에 대접도 잘해야 한다. 이는 인업뿐만 아니라 민속신앙의 신 전반에 해당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의 『[조선의 귀신](/topic/조선의귀신)』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사(蛇)업 또는 인업이라고도 하며 매달 15일에 진수성찬을 창고나 [헛간](/topic/헛간)에 차려 재신을 대접한다. 이것은 뱀이 먹는 것이며, 먹고 남은 것은 주인이 먹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자는 망해 가난한 자로 되고 만다.” 인업과 사업을 동일시하고 있는데 인업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추상적인 존재여서 그렇게 인식할 수도 있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도 구렁이업과 인업은 함께 존재했다. 이와 상관 없이 업은 항시 대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 그리고 업이 먹고 남긴 음식은 주인이 먹음으로써 복록을 얻는다. 친정이 황해도인 한 사람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인업을 받들었으며, 인업을 받든 자리가 광이었다고 한다. 친정 어머니가 밥을 지어 올리면 어느 틈에 인업이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업신을 대접하는 의례는 정기적으로 지내거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지내기도 한다. 정기의례는 설, 추석, 동지 등 주로 큰 명절에 다른 가신과 함께 의례를 행한다. 혹시라도 업이 눈에 띄었을 때에는 단독으로 행하기도 한다. 업신이 눈에 띄는 것을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업을 비롯한 동물업은 예사롭게 형상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대단히 비의적(祕儀的)이다. 설령 나타났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인업의 경우는 더욱더 비의적이다. 업을 섬기는 사람이거나 그 밖의 가족이라 하더라도 각별한 사람에게 보인다. 그것도 각별한 일을 예견할 때 나타난다. 각별한 사람은 가족 가운데서도 신기(神氣)가 있다든가 유달리 영감(靈感)이 강한 사람 따위를 일컫는다. 어느 특정인에게 강신(降神)이 되어 무당으로 입무(入巫)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를 보편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당이 되는 [신병](/topic/신병)(神病)도 실상 불가사이한 일이지만 신기나 영감도 불가사이한 요소가 있다. 구렁이업, 족제비업, 두꺼비업의 경우 형체가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용왕업은 구렁이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어서 현몽을 한다. 인업은 제한된 사람에게만 보이는 일종의 환시(幻視)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용처럼 추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현몽하기도 한다. 물론 실존하는 동물업도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별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구렁이․족제비 같은 동물업의 경우 그 대상 이외에 업주저리라는 신체(神體)를 상정(想定)하여 모신다. 용왕업은 용단지로 모시기도 한다. 이처럼 대상이 존재하면서 각별히 신체를 상정하는 것은 업신의 경우만이 아니다. 성주가 그 집의 [대주](/topic/대주)(大主), 삼신이 여자 조상(祖上)을 각각 상징하기도 한다. 업의 경우 동물이 대상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인업은 사람에게 붙어 있다고 했으니 살아있는 존재일 수 있겠지만 이는 상당히 추상적인 존재이다. 업이 그 집에서 나가거나 모습을 보이면 대체로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특히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기려면 업이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업이 집안의 좋지 않은 일을 예견하는 것이다. 업신은 재복신, 가택수호신으로의 기능과 더불어 미래를 예시해 주는 기능도 한다. 창녕 성씨가의 사례에서 인업과 구렁이의 등장은 시아버지의 죽음을 예고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 애장왕(哀莊王)조에는 두꺼비들이 뱀을 잡아먹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더니 왕이 시해당하는 변괴가 있었으며, 백제 본기 의자왕(義慈王)조에서는 재위 20년에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무 위에 모여드는 변괴로 나라가 망할 것을 예견했다. 인업 역시 이처럼 예견의 기능을 한다. 인업의 신체는 흔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지역 사례 역시 확연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인업의 신체를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추정할 수는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가정에서는 업의 신체로 백항아리를 [안방](/topic/안방)의 한쪽 구석에 모시고 있다. [한지](/topic/한지)로 싸인 항아리 안에는 돈을 넣어둔다. 또 돈이 들어오면 업항아리에다 넣어둔다. [고사](/topic/고사)를 지낼 때에는 업항아리에서 돈을 꺼내 돼지머리를 사는 등 제물을 장만하기도 했다. 예전에 시할머니가 계실 때에는 ‘옛날 돈’도 넣어 두었지만 1970년대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옛날 잔전(잔돈, 옛날 동전)은 상여에 실어 보냈다. 그 가정에서는 동물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백항아리의 성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백항아리 신체가 인업의 신체가 아니었는지 추정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할머니가 업을 달고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비록 할머니는 작고했지만 이왕에 모시던 신체는 그대로 모셔둔 것이다. 인천광역시 강화지역에서도 인업의 신체로 항아리를 모신다. 특히 이곳에는 인업애기라는 업신이 있다. 이는 몸 밖에 있는 복을 모시는 것으로, 분홍색 [도포](/topic/도포)를 작게 만들어 항아리에 벼와 함께 넣어 모신다. 또 인업주라 하여 안방의 칠성, 지석(제석)과 나란히 모신다. 인업주의 신체는 [한복](/topic/한복)의 [치마](/topic/치마) 안감을 직사각 모양으로 꾸렸다. 현재 강화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신체이지만 이는 사실상 무속적인 요소가 강하다. 원래 무속이 강한 강화도에서는 굿을 한 후 무속인이 가신의 신체를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참고문헌 | 한국의 신화․민속․[민담](/topic/민담) (김열규, 정음사, 1983) [조선의 귀신](/topic/조선의귀신) (村山智順, 노성환 역, 민음사, 1990) 업신의 성격과 다른 가택신과의 친연성 (김명자, 한국민속학보 7, 한국민속학회, 1996) 경기도 민속지 Ⅱ (경기도박물관, 1999) 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강화의 가정신앙-1․2 (강화문화원 가정신앙조사단, 민속원,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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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몽골학회 | 한국 무속신 고찰-무신도를 중심으로 | 양종승 | 1996 | 마사박물관 | 말과 무속신앙-최영장군당굿 서경욱 만신 소장의 말 그림 무신도를 중심으로 | 양종승 | 2008 | 한국무속학회 | 황해도 맞이굿 형식과 특성 고찰 | 양종승 |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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